반세권(반도체+역세권)으로 주목받던 평택·이천·오산 등 경기도 남부 반도체 벨트가 미분양 무덤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청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평택에는 미분양 아파트 2497가구가 쌓여 있으며 이천과 오산은 각각 1600가구, 1360가구로 나타났다.
3개 지역 미분양 물량(5457가구)은 2023년 말 대비 10배 넘게 증가했는데 31개 시·군으로 구성된 경기도 전체 미분양(1만521가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반도체 벨트에서 평택 지역의 미분양이 특히 심각하다.
신영씨앤디가 평택 화양지구(현덕면)에 짓는 단지는 999가구 중 852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동문건설이 인근에서 분양 중인 사업장은 753가구를 모집했지만 신청자는 280가구에 그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화양지구에서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4~5개 사업장이 특가·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천·오산 사정도 비슷하다.
롯데건설이 이천시 안흥동에서 시공하는 아파트 단지는 801가구 중 639가구가 미분양이 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오산시 병점역 인근에 공급하는 단지는 970가구 중 602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이천은 지난 1월 3일 수도권에선 유일하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재지정됐는데 6개월 연속 지정이다.
평택·이천·오산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반도체 벨트 조성 계획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꿈틀댔다. 2021~2022년엔 집값 상승률, 외지인 매매 비중, 갭투자 비율 등이 전국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집값이 폭등했다.
하지만 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2023년 하반기까지 조정을 거쳤고, 최고가 대비 30~40% 하락한 아파트가 속출했다.
지난해 반등세를 보였던 매매 심리도 최근엔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주간 평택 아파트 매매가격은 0.33% 하락했다. 이천(-0.24%), 오산(-0.13%)도 경기도 평균(-0.05%)보다 하락 폭이 컸다. 매물도 쌓여간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평택시 아파트 매물은 1만1296건으로 2년 전 같은 날(5534건)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이천(2348건)과 오산(2575건) 역시 같은 기간 각각 52%, 41% 늘었다.
평택 현덕면에 있는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분양가보다 2000만~4000만원 낮춘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아직 최고가 대비 70%를 회복하지 못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직전 실거래가보다 매도 호가를 낮춘 물량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 침체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역별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호재가 있지만, 입주 물량이 워낙 많아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평택의 경우 올해부터 3년간 약 2만8000~3만1000가구가 입주한다. 적정 수요(2800~3000가구)의 10배에 달한다.
이천과 오산 역시 적정 수요보다 2~3배 많은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다. 불황 여파로 반도체 벨트 조성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향후 부동산 경기 회복 시점이 오면 경기도 남부에서도 호재가 많은 빅5(수원·용인·고양·화성·성남) 지역과 평택·이천·오산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평택 내에서도 고덕·지제 지역은 상승하고 화양지구가 있는 서평택은 침체하는 등 반도체벨트 내에서도 지역별 세분화, 파편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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