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아파트 주차전쟁…주차공간이 단지 경쟁력, 넉넉한 주차 공간 확보 나선 건설사들
올 6월 말 기준 전국 車 누적 등록 대수 2613만대 돌파, 2명 중 1명은 車 보유
주차수 기준, 28년전 '세대당 1대' 여전
아파트 시장에서 주차공간이 그 단지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대가 도래했다. 자동차 등록대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주차공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에는 주차문제로 인한 차량 파손, 입주민 간의 폭행, 고성방가, 민사소송 등의 분쟁 이슈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주차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설계는 갈수록 중요해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등록대수는 총 2613만4000대로 집계돼 또 한 번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전년 말 대비 0.7%(18만5000대) 증가한 규모로, 인구 1.96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셈이다.
하지만, 주차공간은 여전히 1990년대~2000년대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으로 정한 기준이 세대당 주차대수 기준이 아직도 1990년대에 멈춰 있다.
실제 현행 법상 최소 주차대수는 28년 전인 1996년에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법으로 정해진 세대당 1대(세대당 전용면적이 60㎡ 이하인 경우에는 0.7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자동차 누적등록대수가 955만여 대 였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자동차 등록대수가 약 2.7배 늘어났지만, 주차대수 기준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현재까지 등록된 국내 입주단지 1만8683개의 가구당 주차공간은 1.05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때문에 주거환경 만족도에서도 주차문제는 주거환경의 만족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문제시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주거인식 조사자료에 따르면, 주거환경 만족도를 가장 낮추는 요소로 ‘주차공간’ 문제가 꼽혔다. 주차공간에 대한 만족도는 2.55점에 불과해 주택면적(2.63점)은 물론 층간소음(2.69점) 보다도 심각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그나마 2020년 이후 승인을 받은 공동주택 단지는 가구당 주차대수가 1.22대로 조금 나은 편”이라며 “그러나 이 역시, 최근 1가구 당 2차량 시대가 본격화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여서 기준을 늘려야 함을 하루 빨리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넉넉한 주차공간'이 분양 흥행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입주민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100% 지하주차장 설계나 세대 당 주차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아파트를 짓고, 이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차량대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주차문제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주차의 불편함은 주거환경의 만족도를 낮추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넉넉한 주차공간 확보도 내 집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이처럼 넉넉한 주차공간을 확보한 아파트가 곳곳에서 분양을 알려 이목을 끌 전망이다.